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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 말레콘 올드카 식민건축

by 소소한공유 2025. 5. 16.

1. 카리브 해를 따라 펼쳐진 아바나의 해안 산책로, 말레콘

쿠바 아바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는 바로 **말레콘(Malecón)**입니다. 말레콘은 총 연장 약 8km에 달하는 해안 산책로로, 아바나만을 따라 이어지며 도시를 대표하는 여유와 낭만의 상징입니다. 한쪽으로는 깊고 푸른 카리브 해가, 반대편으로는 고풍스러운 식민지풍 건물들이 늘어서 있어 걷는 것만으로도 아바나의 정취를 깊게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은 쿠바인들의 일상 생활이 녹아 있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해질 무렵이면 연인들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하고, 어부들이 방파제 위에서 조용히 낚시를 하며, 음악가들이 기타를 연주하고, 아이들은 해변 옆 계단에서 소리치며 놀곤 합니다. 이처럼 말레콘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아바나 사람들의 삶과 감성이 녹아든 생활 공간입니다.

특히 말레콘은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해가 지며 하늘이 붉게 물들 때, 해변 도로를 따라 줄지은 건물과 바다 사이로 붉은 노을이 스며드는 광경은, 여행자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을 남깁니다. 사진가들은 이 순간을 담기 위해 삼각대를 세우고, 연인들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말레콘은 또한 역사적 의미도 큰 장소입니다. 식민지 시대부터 냉전 시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쿠바의 정치적, 사회적 변화를 모두 지켜본 장소로, 과거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아바나를 지켜온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낡은 대포와 기념비, 역사적 사건을 기리는 간판들을 만나게 되며, 쿠바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여행자에게 말레콘은 단지 바닷가가 아닌, 쿠바라는 나라의 정서와 고유한 삶의 방식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입니다. 이곳을 걷는 것만으로도 아바나의 진짜 얼굴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2. 시간여행을 떠나는 듯한 클래식카의 도시, 올드카

아바나를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올드카(Old Car), 즉 클래식 자동차입니다. 거리 곳곳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1950년대 미국산 자동차들은 아바나만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보통의 도시에서는 자동차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차량들이 아바나에서는 실제로 운행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풍경’을 넘어 쿠바 사회의 현실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모습입니다.

이러한 클래식카 문화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미국과의 무역이 단절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수입된 자동차들이 이후 신규 수입이 막히면서, 기존에 있던 차량들을 오랫동안 수리하고 재활용하며 오늘날까지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쿠바 사람들의 창의성과 정비 기술 덕분에 이 오래된 자동차들은 여전히 거리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올드카는 아바나 관광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클래식카를 이용한 투어 서비스가 인기인데, 관광객은 핑크색 캐딜락이나 하늘색 쉐보레 같은 차량을 타고 말레콘, 레볼루시온 광장, 모로 요새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이 투어는 단순한 이동이 아닌, 하나의 체험형 콘텐츠로 여겨지며, 많은 이들이 SNS에 사진을 남기고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합니다.

클래식카는 도시의 색감과도 조화를 이룹니다. 낡고 알록달록한 건물들 사이로 빛나는 금속성과 유광 페인트, 반짝이는 크롬 장식들이 더해져 아바나만의 빈티지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완성합니다. 특히 햇빛이 강한 낮 시간이나 해질 무렵, 클래식카의 색감은 한층 더 돋보입니다.

오늘날 아바나의 클래식카는 그 자체로 쿠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으며, 단순히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도 생생히 운행 중인 현재형 문화입니다. 쿠바 여행에서 올드카를 타보는 경험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달리는 특별한 시간 여행이 될 것입니다.

 

3.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유산이 살아 있는 거리 풍경

아바나의 구시가지, 아바나 비에하(Habana Vieja)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지역으로, 스페인 식민지 시대의 건축 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도시입니다. 좁은 골목, 아치형 회랑, 석조 기둥, 색색의 목조 창틀이 어우러진 이곳은 쿠바의 과거를 걷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 지역은 16세기 초반부터 스페인의 통치 아래 형성되었으며, 이후 수백 년간 카리브 해 교역의 중심지로 번성했습니다. 당시의 건축 양식은 주로 바로크와 신고전주의 스타일을 따르며,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모습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건물 외벽은 다소 낡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도시의 진짜 매력으로 여겨집니다.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과 ‘카테드랄 광장(Plaza de la Catedral)’이 있습니다. 아르마스 광장은 스페인 총독의 궁전이 자리했던 중심지로, 현재는 박물관과 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주변에는 고서점과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합니다. 카테드랄 광장에는 석회암으로 지어진 대성당이 있으며, 이 성당의 비대칭 타워와 조각들은 유럽 바로크 양식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골목골목에는 작은 갤러리, 독립 서점, 예술가 작업실이 있어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문화 체험이 가능한 곳입니다. 노천 카페에 앉아 모히토를 마시며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골동품 시장에서 오래된 쿠바 화폐나 지도 등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입니다.

아바나의 식민지 건축은 단지 과거의 잔재가 아니라, 현재까지도 삶의 일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 안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상점과 카페가 운영되며, 매일의 삶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아바나는 ‘살아 있는 박물관’이라는 수식어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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