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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 벨렘탑 해양유산 항해정신 도심풍경

by 소소한공유 2025. 5. 5.

1. 대항해시대의 산증인, 벨렘탑의 역사와 유산

포르투갈 리스본 서쪽의 테주강 하구에 우뚝 솟은 벨렘탑(Torre de Belém)은, 대항해시대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유산입니다. 1514년에 건설을 시작해 1519년에 완공된 이 탑은, 당시 포르투갈 왕 마누엘 1세의 명에 따라 항구 도시 리스본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 요새로 지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외관과 예술성은 단순한 방어 시설을 넘어, 해양 강국이었던 포르투갈의 자부심과 미학이 응축된 구조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벨렘탑은 고딕, 로마네스크, 무데하르, 그리고 마누엘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건축미로 유명합니다. 특히 마누엘 양식은 해양 탐험과 관련된 상징물을 조각에 포함시키는 것이 특징인데, 벨렘탑 외벽에 새겨진 밧줄, 조타륜, 산호 등은 당시의 항해 정신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탑 상부에는 원형 감시탑과 작은 창문들이 배치되어 있고, 하부는 포격에 대비한 대포 구멍과 창고가 위치해 실용성과 미학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벨렘탑은 중요한 사건들과 함께했습니다.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인도로 떠나기 전, 그의 함대가 이 탑 근처에서 마지막 점검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리스본 대지진(1755)과 나폴레옹 전쟁 등 격동의 시기에도 구조적으로 크게 손상되지 않아 리스본 시민들에게는 '지속성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매년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방문합니다. 역사와 예술, 해양 탐험의 정신이 어우러진 이곳은 리스본의 대표 명소로 손꼽히며, 도시의 정체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벨렘탑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찬란했던 해양 역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실물 교과서와도 같은 장소입니다.

 

2. 벨렘지구를 누비는 감성 산책 루트

벨렘탑이 위치한 벨렘 지구는, 리스본에서도 가장 여유롭고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간직한 지역입니다. 이곳은 도시 중심부의 분주한 분위기와는 달리, 테주강을 따라 조용하고 탁 트인 산책길이 이어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풍경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산책은 벨렘탑 앞 강변 산책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탑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강을 따라 걷다 보면,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 테주강과 그 위를 지나는 요트, 페리, 갈매기들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장면이 펼쳐집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걷다 보면, 어느새 리스본의 또 다른 상징인 ‘발견기념탑(Padrão dos Descobrimentos)’이 보입니다. 이 탑에는 바스코 다 가마, 엔리케 항해왕자 등 포르투갈의 탐험가들이 조각상으로 표현되어 있어, 항해 정신의 연속성을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발견기념탑을 지나면 ‘벨렘 문화센터(CCB)’가 등장합니다. 이곳은 현대 미술 전시, 음악 공연, 서점, 카페 등이 모여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잠시 쉬어가기에도 좋고 예술적 감성을 자극받기에도 알맞은 장소입니다. 야외 테라스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햇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벨렘 지역 특유의 여유를 잘 보여줍니다.

산책 중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중 하나는 ‘제로니무스 수도원(Mosteiro dos Jerónimos)’입니다. 이 수도원은 벨렘탑과 더불어 마누엘 양식의 백미로 불리며, 내부에는 바스코 다 가마와 유명 시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의 묘가 안치되어 있습니다. 아치형 천장, 섬세한 석조 장식, 높이 솟은 기둥들은 중세와 르네상스의 예술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벨렘 지역의 산책은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휴식의 시간을 제공합니다. 해 질 무렵, 벨렘탑과 테주강이 붉게 물들며 도시의 고요함과 장엄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습니다. 사진보다 더 선명한 인상이 머릿속에 남는 그런 산책이 바로 이곳에서 가능합니다.

 

3. 도심 속 일상과 예술이 교차하는 풍경들

벨렘 지역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지금도 리스본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일상 공간입니다. 이곳에는 전통과 현대, 역사와 생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으며, 거리마다 사람들의 감정과 기억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현지 체험은 ‘파스텔 드 벨렘(Pastel de Belém)’입니다. 수도원 근처에 위치한 원조 제과점에서는 매일 수천 개의 에그타르트가 구워지며, 고소한 향이 거리 전체를 감쌉니다. 이 디저트를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하나의 풍경이 되었고,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달콤한 맛은 벨렘의 또 다른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이 제과점은 단순한 간식 판매점이 아닌, 지역의 자부심이자 문화적 상징입니다.

벨렘의 거리에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 느긋하게 강변을 달리는 러너들, 가족 단위로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주말에는 플리마켓과 거리 공연이 열려 작은 문화축제가 이어지기도 하며, 예술가들은 이 공간에서 자신의 작품을 펼치고 시민들과 소통합니다. 이러한 장면은 벨렘이 과거만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재도 살아 있는 문화의 중심이라는 것을 입증합니다.

벨렘 지역의 카페나 레스토랑들도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강변을 따라 자리한 작은 테라스 카페에서는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도시의 분위기를 천천히 즐길 수 있고, 수공예 상점에서는 지역 예술가들이 만든 소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고급스러운 기념품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서 태어난 감성적인 제품들이 이곳의 분위기를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결국 벨렘탑과 그 주변은 단지 ‘과거의 장소’가 아니라, 여전히 감동을 주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지금의 공간’입니다. 천천히 걷고, 맛보고, 바라보며 머무는 모든 순간이 특별한 추억이 되는 곳. 벨렘은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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