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피사 사탑 기울기유산 광장산책

by 소소한공유 2025. 5. 8.

1. 중력을 거스르는 건축물의 비밀

이탈리아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도시 피사는 ‘기울어진 탑’으로 전 세계에 그 이름을 알렸습니다. 피사 사탑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수백 년의 역사와 공학적 도전을 상징하는 건축물입니다. 이 탑은 1173년에 착공되었고, 불과 5년 만에 3층까지 완공되었지만 지반 침하로 인해 예상치 못한 기울기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공사가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으며, 최종적으로는 약 200년에 걸쳐 완공되었습니다.

탑은 총 8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높이는 약 56미터입니다. 현재 기울어진 각도는 약 4도 가량으로, 원래 계획된 수직선에서 약 4미터 가량 벗어나 있는 상태입니다. 이 기울기는 자연재해나 전쟁이 아닌, 부드러운 석회질 지반 위에 무거운 대리석 구조물을 세운 데서 비롯된 구조적 한계였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결함이야말로 피사 사탑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든 가장 큰 요소가 되었습니다.

건축학적으로 보면, 피사 사탑은 기하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원형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안정성을 고려하지 못한 초기 설계 탓에 시간이 지날수록 탑의 무게는 점점 한 방향으로 쏠렸고, 이로 인해 독특한 기울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현재는 고도로 정밀한 공학 기술을 통해 기울어짐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과학적 원리를 교육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탑을 오르기 위해서는 294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합니다. 탑 내부는 계단 외에는 특별한 전시물은 없지만, 정점에 도달하면 피사 시내와 그 너머의 토스카나 풍경을 조망할 수 있어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탑의 정상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기울기와,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지는 경험은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깁니다.

 

2. 세계문화유산으로 남겨진 건축의 유산

피사 사탑은 단독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두오모 광장(Piazza del Duomo)’ 혹은 ‘기적의 광장(Piazza dei Miracoli)’이라 불리는 복합 종교 건축군의 일부입니다. 이 광장은 피사 대성당, 세례당, 종탑(피사 사탑), 그리고 공동묘지인 캄포산토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체가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각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기반으로 하되, 피사 고유의 해양 문화와 이슬람권과의 교류가 어우러진 독특한 양식을 보여줍니다.

대성당은 1064년에 착공되어 르네상스 이전의 유럽 건축물 중에서도 특히 화려한 외관을 자랑합니다. 흰색과 회색 대리석이 번갈아 배치된 외벽, 아치형 창문과 조각상들이 어우러진 파사드는 중세 이탈리아의 예술적 정수를 보여줍니다. 그 옆에 위치한 세례당은 세계 최대 규모의 원형 세례당으로, 내부의 음향 효과가 매우 뛰어나 음악회 장소로도 활용됩니다.

이처럼 피사 사탑은 단지 하나의 기울어진 탑이 아니라, 중세 종교 건축과 과학 기술의 복합적 결과물로 볼 수 있습니다. 당시의 건축가들이 직면한 문제와 그 해결 과정, 그리고 후대 보수 작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건축사뿐 아니라 도시사, 문화사, 종교사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사례로 꼽힙니다. 실제로 많은 건축학도나 문화연구자들이 이 광장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현재 피사 사탑은 하루 방문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며,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해 출입이 조율되고 있습니다. 이는 탑의 안전성과 내부 구조 보호를 위한 조치이며, 방문객들이 쾌적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광장 자체는 누구나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으며, 이탈리아의 햇살과 유서 깊은 건축물들 사이에서 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로 늘 활기가 넘칩니다.

 

3. 탑 주변에서 즐기는 한적한 광장 산책

피사 사탑을 보기 위해 찾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두오모 광장의 넓은 잔디밭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곳은 단순히 건축물을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돗자리를 펴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로컬 감성이 깃든 장소이기도 합니다. 피사 시 전체가 고요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광장 역시 조용하고 느긋한 산책 코스로 제격입니다.

잔디밭 주변에는 아이스크림 가게, 작은 기념품 상점, 그리고 전통 음식점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어 관광객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이 중 일부는 수십 년 된 노포로,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나 젤라또를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특히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트라토리아는, 외국인 관광객이 아닌 피사 시민들 사이에서도 사랑받는 숨은 명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위기를 한층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거리 공연자들입니다. 기타를 연주하는 뮤지션, 마리오네트를 조종하는 거리 예술가, 그리고 다양한 퍼포머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방문객들에게 생동감을 전달합니다. 그들의 공연을 배경으로 대성당과 피사 사탑을 감상하며 잠시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기면, 그 순간 자체가 여행의 의미가 됩니다.

광장 주변에는 자전거 대여소도 있어 피사 시내 곳곳을 둘러보는 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 두오모 광장을 기점으로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루트는 특히 석양 무렵에 가장 아름다우며, 붉게 물든 하늘 아래 기울어진 사탑이 더욱 돋보입니다. 누구나 느긋하게 머물 수 있는 이 공간은 피사의 역사와 일상을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