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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올드쿼터 호안끼엠 로컬풍경

by 소소한공유 2025. 5. 13.

1. 하노이 시간의 결이 살아 숨 쉬는 올드쿼터 산책

하노이의 올드쿼터는 베트남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특별한 지역입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 사이로 이백 년 넘는 역사를 품은 상점과 가옥이 촘촘히 이어지며, 이곳을 걷는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거리 양옆으로는 작은 철물점, 실내 장식품 가게, 전통 제과점, 커피숍 등이 나란히 들어서 있으며, 각 업종별로 모여 있는 골목 구성이 특색을 더합니다.

오토바이와 자전거, 손수레가 뒤엉켜 지나가는 복잡한 풍경 속에서도 이 지역 특유의 규칙이 있고, 그 틈 사이로 여행자는 현지인의 삶을 그대로 목격하게 됩니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거리마다 밥을 짓는 연기, 분짜 냄새, 로컬 사람들이 나누는 활기찬 대화 소리가 뒤섞이며 오감이 깨어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올드쿼터에는 36개의 전통 거리들이 존재하며, 각 거리마다 과거 특정 업종이 자리 잡았던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 다오' 거리에서는 비단과 옷감을, '항 마'에서는 제사 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해왔습니다. 이러한 명칭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를 알고 걷는다면 단순한 골목길 탐방이 아닌 역사 탐험으로까지 확장됩니다.

이 지역은 또한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럽풍 발코니가 달린 오래된 건물과 식민지 시대 양식이 어우러진 상점들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하노이 사람들은 그 위에 베트남 특유의 활기를 덧입혀 이곳을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닌 살아 숨 쉬는 일상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올드쿼터는 낮에도 활기차지만, 밤에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줍니다. 야시장이 열리고, 골목마다 노천 음식점이 펼쳐지며, 거리 공연이 시작됩니다. 낮보다 더 열정적인 밤의 올드쿼터는 하노이를 처음 방문하는 이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장소입니다.

 

2. 호안끼엠 호수에서 만나는 베트남 정서

하노이의 중심에 자리한 호안끼엠 호수는 시민들의 일상과 정서가 그대로 녹아든 공간입니다. 이 호수는 단순한 도심 속 연못이 아니라, 하노이 사람들의 삶의 중심이며, 역사와 전설이 함께 깃든 장소입니다. ‘호안끼엠’이란 이름은 ‘되돌려준 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전설에 따르면 왕이 거북신에게 받은 검을 다시 바다로 돌려주면서 평화를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호수 중앙에는 작은 섬이 있고, 그 위에 우뚝 선 ‘응옥산 사당’은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빨간 나무 다리 ‘턱 더억 다리’를 건너 사당에 이르면, 향 냄새와 함께 조용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잠시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공간은 관광객뿐 아니라, 로컬들도 종종 들러 조용히 소원을 빌거나 사색에 잠기기 위해 찾습니다.

이 호수의 가장 큰 매력은 새벽과 저녁 시간입니다. 새벽 5시 무렵이면 이미 많은 시민들이 호수를 따라 조깅을 하거나, 전통 체조인 타이치(태극권)를 연습하고 있습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하노이 시민들의 정돈된 움직임과 평화로운 호수의 모습은 여행자에게도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저녁이 되면 호안끼엠 주변은 산책을 즐기는 커플, 노천 공연을 구경하는 가족, 사진을 찍는 여행자들로 북적입니다. 특히 주말에는 호수 주변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되어, 광장이 되는 이 구역은 공연, 마켓, 놀이 공간으로 변신합니다.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야외 축제처럼 느껴지며, 하노이 시민들의 열린 문화와 에너지를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습니다.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거리 음식점과 카페, 서점, 로컬 브랜드 상점들이 모여 있어 단순한 산책을 넘어 일상과 연결되는 체험까지도 가능하게 해줍니다. 하노이를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호안끼엠 호수를 천천히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3. 로컬 시장과 골목에서 느끼는 일상의 진심

하노이를 느끼는 가장 생생한 방법 중 하나는 현지 시장을 직접 방문하는 것입니다. 도시 곳곳에는 아직도 전통 재래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그곳에는 하노이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동쑤언 시장’이 있으며, 이곳은 하노이 최대의 실내 시장으로 의류, 식재료, 기념품 등 모든 것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습니다.

시장 내부는 다소 혼잡하고 구조가 복잡하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가격 흥정, 활발한 대화, 정성껏 진열된 물건들은 마치 살아 있는 박물관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음식 섹션에서는 각종 향신료, 베트남식 소스, 말린 해산물 등이 판매되며, 현지 식문화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골목마다 펼쳐진 노점에서는 쌀국수, 분짜, 반미 같은 현지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습니다. 하노이의 길거리 음식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삶이자 자부심입니다. 조리하는 아줌마의 손놀림, 나무 의자에 앉아 후루룩 소리 내며 먹는 풍경,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하노이의 로컬 감성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또한, 골목길에는 빈티지 카페, 수제 공방, 전통 악기를 파는 소규모 상점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집처럼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정성스럽게 꾸며진 인테리어와 주인의 정성이 느껴지는 공간이 많습니다. 이렇듯 로컬의 풍경은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행자를 품어줍니다.

하노이의 로컬 감성은 ‘거창한 볼거리’가 아니라 ‘작은 일상의 순간’에서 비롯됩니다. 조용한 골목에서 마시는 아이스 연유 커피 한 잔, 시장에서 나누는 미소, 길거리 공연을 멈춰 서서 바라보는 순간들이 하노이 여행의 진짜 선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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